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했습니다.
바로 외주개발사부터 찾아가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수천만 원을 들여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물이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참패했습니다.
내부 인력으로 고도화를 해보려고 대기업 출신 개발자를 뽑았습니다.
추가로 돈을 들여 외주개발사로부터 소스코드를 구입했습니다.
대기업 출신 개발자는 소스코드 분석 후 고도화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폐기 처분되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으로 받은 정부지원자금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뽑아놓은 개발자들과 함께 외주개발사로 사업을 변경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웹 및 앱 서비스를 의뢰받아 개발을 진행하는 외주개발사를 최대 11명 규모로 5년간 운영했습니다.
개발 언어와 환경이 모두 제각각 다른 의뢰들로 예상치 못한 고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과거 이야기입니다. 직장인 기획자에서 정부지원사업 창업자인 스타트업 대표로, 다시 외주개발사 대표로, 현재는 스타트업 기획 대행 서비스로 사업을 변경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획자로 활동한 지 21년째가 되었고, 사업을 한지는 12년째입니다. 스타트업과 외주개발사를 운영했던 경험과 여러 대기업 및 200개가 넘는 스타트업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외주 개발을 실패하는 몇 가지 경우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정부지원자금이나 투자받은 자금으로 창업하는 경우
창업자 스스로 정부지원자금이나 투자받은 자금은 본인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큰 고민이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발 빠르게 외주개발사를 섭외하여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정부지원자금이나 투자금으로 수천만 원을 쉽게 지불합니다. 앱을 개발만 하면 백만 트래픽에 전환율이 1% 만 되어도 매출이 수억 원 일 거라는 긍정회로를 돌리며 앱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립니다. 자금이 넉넉할 경우에는 외관이 훌륭한 사무실도 구하고, 좋은 차량도 구합니다. 필요한 인력들도 채용합니다. 자금이 거의 소진될 즈음 외주개발사로부터 앱이 완성되었다고 연락이 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앱은 아닐 겁니다. 앱 마켓에 올렸어도 50 다운로드도 어려울 정도로 시장 반응이 없습니다. 이제는 가용 자금도 없고, 고정비는 많이 드는 아찔한 상황입니다.
정부지원자금이나 투자받은 자금일 경우에는 창업자 본인이 굉장히 좋은 기회이자 상황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 완료만이 아니라 사업 운영 자금, 마케팅 비용, 기타 비용 등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일례로 개발만 놓고 보면 한정된 자금으로 최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수의 편의 기능인 어드민 개발보다는 많은 고객에게 노출되는 프론트 개발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며, 핵심 기능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구현하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외주개발사가 고객사의 사업을 깊이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
외주개발사가 고객사의 사업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며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외주개발사는 고객사에게 의뢰받은 내용을 대신하여 개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외주개발사의 마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건비 요소인 개발 기간과 공수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려 합니다. 기획 작업에서도 최선의 UX 설계에 집중하기보다, 쉽고 빠른 개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외주개발사는 고객사의 사업 자체보다는 구현 가능성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외주개발사 입장에서는 사업 운영에 관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사업 전체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보다는 요청받은 내용에 대해 실현 가능성 여부와 어느 정도의 기간에 구현이 가능할지에 대한 파악에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반드시 외주개발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고, 그저 '의뢰받은 내용을 대신하여 개발해 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상황입니다.
직접 기획을 해서 외주개발사에 제공할 경우
의뢰자가 본인의 아이디어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더해 중요한 부분들이라도 직접 기획을 해서 외주개발사에게 제공해 주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구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의뢰자의 의도를 그보다 더 잘 드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모든 기획 내용을 비전문가가 작성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작성하기에 급급한 문서들은 어떤 경우에는 불필요하며 시간낭비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기획서 작성에는 UIUX, 디자인, 개발, 플랫폼, 시장 환경, 사용자 성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전문가가 작성한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기획서로 외주개발사가 개발을 시작한다면, 관련된 모든 디자이너, 개발자들에게 혼란이 야기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페이지에서는 A 버튼에 A 기능이라고 했는데, 다른 페이지에서는 A 버튼에 B 기능이라고 한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외주개발사 입장에서는 전달받은 기획서의 구현 가능성과 기간과 공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것에 맞게 짜임새 있도록 기획서를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기간이 소요됩니다.
만일 외주개발사가 아니라 내부 인력으로 직접 개발을 할 경우라면 더 위험해집니다. 디자인, 개발 인력이 회사 내부에 상주하더라도 제대로 된 기획서가 없다면, 개발 목표와 방향을 쉽게 잃어버리게 됩니다. 진도는 나가지 못한 채 동일 화면에 대한 디자인, 개발 작업이 반복되면서 기간과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기획을 전문 기획자에게 의뢰해서 외주개발사에 제공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전문 기획자가 외주개발사 같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의뢰인의 아이디어와 의도에 부합하는 기획을 짜임새 있게 작성해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기획서를 기반으로 외주개발사에 의뢰한다면 보다 높은 성공 확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데 바로 기획이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서비스 기획은 사업 자원들의 규모에 맞춰 기획해야 최적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짜임새 있게 잘 작성된 기획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또한 기획 범위가 너무 과도하게 진행되어도 개발 비용이 커지므로, 핵심 기능과 편의 기능을 구분하며 사업 자원을 고려하여 기획해야 합니다.
전문 기획자는 기획 업무에 대해서는 전문가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획을 최적화하는 것은 기획 업무 자체만이 아닌 사업 전반적인 이해도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기획 최적화 작업은 기획자로서의 기획 경험만이 아닌 사업 경험, 개발 경험, 운영 경험, 마케팅 경험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이상 스타트업이 외주개발사에 외주 개발을 의뢰할 때 실패하는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개발된 제품은 오프라인 가게를 단장하여 오픈하는 것과 같습니다. 외주 개발은 작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이 드는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앱 또는 웹 서비스는 단 한번 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작게라도 성공해야 계속할 수 있고, 실패하면 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험난한 환경인 스타트업 세계에서 외주 개발을 실패하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외주 개발 성공이라는 희망적인 스타트가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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